새벽 판랑 사막의 일출과 마지막 쌀국수 한 그릇, 수하물 배송으로 손을 비운 체크아웃 날.
판랑 사막의 새벽과 체크아웃 전 마지막 한 그릇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졌다. 네 시 반, 창밖은 아직 검푸른 빛이었고 나트랑의 바다도 소리로만 존재했다. 파도가 저 아래서 규칙적으로 부서지는 소리, 그게 오늘 아침의 배경음이었다. 마지막 날은 늘 이상하다. 짐은 반쯤 싸두었는데 마음은 아직 이 도시를 떠날 준비가 안 됐고, 그런데도 오늘만 볼 수 있는 풍경 하나가 나를 침대 밖으로 끌어냈다. 어제 리셉션에서 기사님이 말했었다 — "다섯 시에 로비, 해 뜨기 전에 사막 도착, 안 늦어요." 그 한 문장이 어젯밤부터 계속 마음에 걸려 있었다. 판랑, 남끄엉의 붉은 모래언덕. 바다에 사흘을 안겨 있다가 마지막 아침에 사막이라니. 그 낙차가 어쩐지 이 여행에 꼭 어울리는 마무리 같았다. 세수를 하고 얇은 카디건을 걸치고, 미지근한 물을 한 컵 마셨다. 아직 온기가 남은 방을 한 번 돌아보았다. 벗어둔 수영복이 의자 등받이에 걸려 있었고, 창틀엔 어제 바닷가에서 주워 온 조개껍데기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이 방에서 두 밤을 잤다는 게 벌써 아득했다. 문을 닫으니 복도는 조용했고, 카펫 위로 내 슬리퍼 소리만 사각사각 났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유리창 밖으로 아직 잠든 도시를 내려다봤다. 가로등만 드문드문 켜져 있었고, 저 멀리 해변 산책로엔 개를 데리고 나온 사람 하나가 검은 실루엣으로 걷고 있었다. 도시가 깨어나기 전의 이 시간, 나만 먼저 하루를 열고 있다는 감각이 묘하게 좋았다.
다섯 시, 아직 어두운 길 위에서
로비로 내려가니 유리문 밖에 이미 차가 서 있었다. 나트랑 프라이빗 렌트카 단독 차량, 기사님 한 분에 나 하나. 7인승 안이 텅 비어서 조금 미안할 정도로 넓었다. 사실 어젯밤엔 걱정이 좀 됐다. 이 어둠에, 혼자, 낯선 도로를 두 시간 가까이 달려야 한다는 게. 침대에 누워 "괜히 무리하는 건 아닐까" 몇 번이나 생각했다. 그런데 유리문을 미는 순간 그 걱정이 싹 걷혔다. 기사님은 내가 문을 열기도 전에 내려서 뒷좌석 문을 잡아주며 웃었다. "굿모닝, 미스. 잘 잤어요?" 어제 종일 나를 태워준 그 얼굴, 이름을 두 번이나 물어봤던 그 기사님이었다. 낯선 사람이 아니라 아는 얼굴이 새벽에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놓였다. 아직 잠이 덜 깬 얼굴로 나도 웃으며 인사했다. 차에 오르니 시트가 서늘했고, 대시보드의 초록 불빛만 희미하게 실내를 밝히고 있었다. 기사님이 히터를 살짝 틀어주며 담요 같은 얇은 무릎덮개를 뒷좌석으로 건넸다. "새벽엔 추워요. 도착하면 딱 좋아요." 이 새벽에 낯선 도시를 달린다는 게 겁날 법도 한데, 이상하게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단독 차량이라는 건 결국 이런 거였다 — 시간표에 나를 끼워 넣는 게 아니라, 나의 시간을 그대로 운전대에 맡기는 것. 정해진 투어 버스였다면 이 시간에 이 길을, 이 속도로, 나 혼자 달릴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나트랑 프라이빗 렌트카 단독 차량(9,500원, https://myrealt.rip/fZEj18)은 사흘 내내 나의 발이 되어줬고, 마지막 새벽에도 어김없이 로비 앞에 서 있었다.
도시를 벗어나자 가로등이 뜸해졌다. 창밖은 완전히 검었고, 가끔 마주 오는 트럭의 헤드라이트만 노란 꼬리를 끌며 지나갔다. 나는 창에 이마를 기대고 졸다 깨다를 반복했다. 유리에 닿은 이마가 서늘했고, 그 서늘함이 오히려 편안했다. 눈을 감으면 파도 소리 대신 타이어가 도로를 문지르는 낮은 소리가 들렸고, 눈을 뜨면 저 멀리 하늘 끝이 아주 조금씩 옅어지고 있었다. 검은색이 남색으로, 남색이 잿빛으로. 그 변화가 어찌나 느린지, 지켜보고 있으면 멈춘 것 같다가도 잠깐 눈을 감았다 뜨면 또 한 겹 밝아져 있었다. 기사님은 라디오를 아주 작게 틀었는데, 베트남 발라드 같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가사는 하나도 못 알아들었지만 멜로디가 부드러워서 졸음을 부추겼다. 이따금 기사님이 백미러로 나를 슬쩍 확인하고는, 내가 졸고 있으면 라디오 볼륨을 한 칸 더 낮췄다. 그 작은 배려가 고마웠다.
중간에 한 번 기사님이 길가에 차를 세우더니 보온병에서 뜨거운 짜다(베트남 차)를 종이컵에 따라 건넸다. "추워요, 마셔요." 손끝이 뜨거워지는 그 순간, 나는 완전히 깨어났다. 설탕이 진하게 녹은 차가 목을 타고 내려가면서 몸 안쪽이 데워졌다. 차 안에 짧게 재스민 비슷한 향이 퍼졌고, 나는 두 손으로 컵을 감싼 채 앞유리 너머를 봤다. 창밖으로 야자수 실루엣이 하나둘 늘어서기 시작했고, 흙길로 접어들자 타이어 아래서 자잘한 돌이 튀는 소리가 났다. 저 앞으로 능선 같은 게 어렴풋이 보였다. 모래언덕이었다. 아직 색은 없고 윤곽만 있는, 잠든 짐승의 등 같은. 나는 종이컵을 내려놓지도 못하고 그 실루엣을 바라봤다. 심장이 조금 빨리 뛰었다. 사흘 내내 봐온 바다의 수평선과는 완전히 다른 선이 저기 있었다. 물결이 아니라 바람이 빚은 곡선. 기사님이 "거의 다 왔어요" 하고 속도를 늦췄고, 나는 카디건 단추를 하나 더 채웠다.
해 뜰 무렵, 붉게 물드는 모래 위에서
차가 멈춘 곳은 아무것도 없는 길 끝이었다. 기사님이 "여기서 십 분만 걸어요, 저 위로. 나는 여기서 기다릴게요" 하고 손으로 능선을 가리켰다. 문을 열자 새벽 공기가 확 밀려들었다. 바다에서 멀지 않은데도 공기가 달랐다 — 습기 없이 마른, 서늘하고 깨끗한 사막의 공기. 코로 깊게 들이마시니 흙냄새도 소금기도 없는, 그냥 서늘한 새벽 그 자체가 폐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신발을 벗어 손에 들었다. 잠깐 망설였다. 어두운데 뭘 밟으면 어쩌지. 그런데 맨발이 모래에 닿는 순간 그 걱정이 우스워졌고, 나도 모르게 "아" 소리가 났다. 밤새 식은 모래가 발바닥을 서늘하게 감쌌고, 한 발 한 발 디딜 때마다 발가락 사이로 고운 알갱이가 스며들었다. 밀가루보다 곱고 소금보다 부드러운, 이런 촉감은 처음이었다. 발을 뗄 때마다 알갱이가 사르르 흘러내리는 감촉이 자꾸 걸음을 멈추게 했다. 능선을 향해 오르는데 모래가 자꾸 발밑에서 무너져서 두 걸음 오르면 한 걸음 미끄러졌다. 종아리가 금세 뻐근해졌고 숨이 찼지만 웃음이 났다. 손에 든 신발이 자꾸 흔들려서 아예 능선 초입에 벗어둔 채 맨손으로 모래를 짚으며 올랐다. 뒤를 돌아보니 내 발자국이 능선 아래로 길게 이어져 있었고, 그 위로 아직 옅은 회색 하늘이 걸려 있었다. 저 아래 작게 보이는 차 옆에서 기사님이 팔짱을 끼고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능선 꼭대기에 올라선 순간, 빛이 왔다. 지평선 저편에서 붉은 기운이 스며 나오더니, 순식간에 모래언덕 전체가 물들기 시작했다. 회색이던 모래가 살구빛으로, 살구빛이 다시 진한 주황과 붉은빛으로 번졌다. 능선의 곡선을 따라 빛이 흐르는 게 눈에 보였다 — 한쪽 사면은 아직 그늘 속 짙은 갈색인데, 해가 닿은 쪽은 불이 붙은 것처럼 환했다. 그 경계선이 내가 서 있는 발밑을 천천히 지나갔다. 그늘에 있던 내 발등에 갑자기 따뜻한 빛이 얹히는 순간, 밤새 식었던 발이 데워지는 게 느껴졌다. 바람이 만든 잔물결 무늬가 모래 표면에 촘촘하게 새겨져 있었고, 그 결마다 빛과 그림자가 갈라져서 언덕 전체가 살아 있는 것처럼 일렁였다. 바람이 능선 위로 불 때마다 마른 모래 알갱이들이 표면을 스르르 미끄러졌고, 그 소리가 아주 작게 사각거렸다. 나는 그냥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서늘한 모래가 엉덩이에 닿았고, 두 손으로 모래를 한 움큼 쥐었다가 손가락 사이로 흘려보냈다. 알갱이가 아침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떨어졌다. 손바닥에 남은 미세한 가루를 털어내는데도 자꾸 반짝였다.
저 아래 주차한 자리에서 기사님이 손을 흔들며 카메라를 들어 보였다 — 찍어주겠다는 신호였다. 나는 능선 위에서 두 팔을 벌렸고, 바람이 카디건 자락을 붉은 하늘 쪽으로 밀었다. 머리카락이 얼굴을 때렸지만 웃음이 났다. 기사님이 엄지를 들어 보이며 "굿, 굿" 하고 크게 외쳤고, 그 목소리가 텅 빈 사막에 퍼졌다. 사흘 동안 바다의 파랑만 담다가, 마지막 아침에 이 붉은 결을 담는다는 게 실감이 안 났다. 그 무렵 사막에는 나 말고 아무도 없었다. 바람 소리와 내 숨소리, 그리고 저 멀리 능선 너머로 서서히 높아지는 해. 해가 손가락 두 마디쯤 떠오르자 모래의 붉음이 조금씩 옅어지며 금빛으로 바뀌었고, 그늘의 골짜기마다 파란 그림자가 고였다. 나는 능선을 따라 조금 더 걸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매끈한 사면에 내 발자국을 처음으로 새기는 게 아까우면서도 좋았다. 뒤돌아보면 그 발자국마저 이미 풍경의 일부였다. 능선 끝에 앉아 무릎을 끌어안고 한참을 그냥 앉아 있었다. 해가 조금 더 오르자 등에 따뜻한 기운이 얹혔고, 앞쪽 골짜기엔 아직 서늘한 그림자가 고여 있었다. 앞은 서늘하고 뒤는 따뜻한, 몸을 반으로 가르는 그 온도차가 신기해서 자꾸 웃음이 났다. 저 아래서 기사님이 "미스, 사진 다 됐어요!" 하고 손을 흔들었고, 나는 아쉬운 마음으로 몸을 일으켰다. 내려오는 길은 오를 때와 반대로 발이 모래에 깊이 파묻히며 성큼성큼 뛰다시피 미끄러졌다. 능선 초입에 벗어둔 신발을 다시 손에 들고, 발에 잔뜩 묻은 고운 모래를 툭툭 털었다. 그 고요가 지나치게 아름다워서 오히려 목이 메었고, 나는 한참을 그렇게 서서 이 아침을 눈에, 발바닥에, 손끝에 새겼다.
돌아와, 체크아웃 전 마지막 한 그릇
돌아오는 길은 잠이 오지 않았다. 창밖으로 아침이 완전히 밝아 있었고, 논과 소금밭, 그리고 다시 늘어나는 오토바이 물결이 지나갔다. 소금밭에서는 삿갓을 쓴 사람들이 벌써 허리를 굽혀 하얀 소금을 긁어모으고 있었고, 그 옆으로 하얀 소금 더미가 작은 언덕처럼 늘어서 있었다. 방금 붉은 모래언덕을 보고 오는 눈에 그 새하얀 풍경이 또 다르게 박혔다. 시내에 들어서니 이미 하루가 시작되어 있었다 — 노점의 화로에서 연기가 오르고, 교복 입은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커피 향이 골목마다 배어 있었다. 오토바이 뒤에 아이를 태운 엄마, 바게트를 한 아름 실은 자전거, 길가에서 국수를 후루룩 넘기는 사람들. 사막의 고요와는 정반대의 활기가 창밖에 가득했고, 나는 그 소란이 반가웠다.
기사님은 나를 호텔이 아니라 근처 로컬 식당 앞에 내려줬다. 어제 내가 "마지막에 진짜 로컬 쌀국수 한 그릇 먹고 싶어요" 했던 걸 기억하고 있었다. 관광객용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이 아침을 먹는 그런 집. 플라스틱 의자 몇 개, 벽에 붙은 손글씨 메뉴, 그리고 입구의 커다란 솥에서 종일 끓는 육수. 솥뚜껑을 열 때마다 김이 천장까지 솟았고, 그 앞을 지날 때 소고기와 팔각, 계피가 어우러진 냄새가 훅 끼쳤다. 아주머니가 나를 보더니 손짓으로 아무 데나 앉으라 했다. 곧 김이 펄펄 오르는 쌀국수 한 그릇이 앞에 놓였다. 맑은 소고기 육수에 얇게 저민 고기, 숙주와 라임, 그리고 한 줌의 향채. 라임을 짜 넣고 국물을 한 술 뜨는데, 새벽 사막에서 식었던 몸이 안쪽부터 다시 데워졌다. 뜨겁고, 맑고, 다정한 맛이었다. 면을 젓가락으로 건져 올리자 김이 얼굴을 감쌌고, 나는 그릇에 코를 박다시피 하고 후루룩 넘겼다. 숙주의 아삭함, 라임의 산뜻함, 향채의 향이 국물 안에서 하나로 섞였다. 옆 테이블 할아버지가 나를 보고 국물을 가리키며 엄지를 들어 보였고, 나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안 통해도 아침의 온기는 통했다. 국물까지 그릇째 들고 마지막 한 방울까지 비웠다. 이 한 그릇이 이 여행의 진짜 마지막 식사라고 생각하니, 평범한 쌀국수가 오래 기억될 맛으로 바뀌었다.
그릇을 비우고 나니 시간이 애매했다. 체크아웃까지 두 시간 남짓, 그런데 큰 캐리어를 끌고 이 마지막 시간을 보내긴 싫었다. 사막에서 돌아온 옷엔 아직 모래가 묻어 있었고, 이마엔 벌써 낮의 열기가 배기 시작했다. 이 상태로 30킬로 가까운 짐을 끌고 땀범벅으로 공항까지 갈 생각을 하니 벌써 지쳤다. 그래서 어제 미리 신청해둔 게 하나 있었다 — 나트랑 공항 SafeBTS 수하물 배송 서비스. 호텔로 돌아가 짐만 프런트에 맡기니, 담당 직원이 캐리어에 태그를 붙이고 무게를 재고, 내 항공편 시간을 확인한 뒤 공항까지 짐을 먼저 보내주었다. "공항에서 찾으시면 돼요, 걱정 마세요." 그 한마디에 어깨가 정말로 가벼워졌다. 당일 예약도 가능해서 급하게 신청했는데도 문제없이 처리됐다. 이 나트랑 공항 SafeBTS 수하물 배송 서비스(10,000원, https://myrealt.rip/fZEdd5) 덕분에, 나는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땀 흘리는 대신 작은 크로스백 하나만 메고 다시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손이 가벼워지니 마음도 가벼워졌다. 호텔 앞 골목을 천천히 걸으며 마지막 아이스커피를 사 들었다. 노점 아주머니가 얼음 가득한 컵에 진한 커피를 붓고 연유를 듬뿍 깔아줬고, 나는 그걸 달그락달그락 흔들어 섞으며 바닷가 쪽으로 향했다. 첫 모금에 쌉싸름함과 단맛이 동시에 밀려왔다. 손에 짐이 없다는 게 이렇게 홀가분한 일인 줄 몰랐다. 캐리어 없이 두 손이 자유로우니 발걸음도 산책처럼 느긋해졌다. 바다는 아침 햇살에 은빛으로 반짝였고, 파도가 밀려왔다 물러날 때마다 젖은 모래가 거울처럼 하늘을 비췄다. 나는 벤치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며 사흘을 천천히 되짚었다.
사흘이었다. 첫날의 바다, 둘째 날의 섬과 골목, 그리고 마지막 날 새벽의 붉은 사막까지. 나트랑이 이렇게 다양한 얼굴을 가진 도시인 줄 오기 전엔 몰랐다. 파도의 파랑과 모래언덕의 붉음이 한 여행 안에 나란히 담겼고, 그 사이사이에 나를 태워준 차와 국물을 내밀어준 사람들, 짐을 대신 들어준 손길이 있었다. 여행이 오래 기억에 남는 건 결국 풍경보다 사람이라는 걸, 나는 매번 떠날 때가 되어서야 깨닫는다. 이름을 두 번 물어봐준 기사님, 아무 말 없이 국물을 가리키며 엄지를 들어준 할아버지, 연유를 한 스푼 더 얹어준 노점 아주머니. 벤치에서 일어나 바다를 한 번 더 눈에 담았다. 짠 바람이 얼굴을 스쳤고, 멀리서 배 한 척이 수평선을 천천히 가로질렀다. 발바닥엔 아직 새벽 모래의 서늘함이 남아 있는 것 같았고, 입안엔 쌀국수 육수의 온기가 아직 맴돌았다. 몸의 절반은 사막의 서늘함을, 나머지 절반은 국물의 따뜻함을 기억하는 이상한 아침이었다. 공항으로 가는 차를 기다리며, 나는 이 도시가 마지막까지 나를 다정하게 배웅한다고 느꼈다. 짐은 먼저 공항으로 떠났고 내 손엔 다 녹아가는 커피 한 잔뿐이었지만, 이보다 더 채워진 손은 없을 것 같았다. 다음에 온다면 그땐 사막에서 하룻밤을 자야지 — 그런 작은 약속 하나를 마음에 접어 넣고, 나는 가벼운 손으로 이 여행의 마지막 페이지를 천천히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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