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사 차량으로 시내에 적응하고 쩐푸 해변과 담 시장의 색·활기에 속도를 맞춘 나트랑 첫날.
나트랑 첫날, 해변의 속도에 몸 맞추기
비행기 문이 열리자마자 훅 끼쳐온 건 습기와 소금, 그리고 어딘가 달큰한 야자 냄새였다. 짐을 끌고 공항 밖으로 나서는데 햇볕이 정수리를 툭 눌렀고, 나는 그제야 서울의 속도를 몸에서 조금 내려놓았다. 나트랑은 처음이었다. 이름만 여러 번 들었지 실제로 발을 디딘 건 이번이 처음이라, 나는 도착일 하루를 아무것도 몰아붙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도시의 소개는 천천히 받는 편이 좋으니까. 다만 딱 하나, 슬쩍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 3일이라는 시간 안에 바다와 사막을 한 번에 만나야 한다는 이 여정에서, 첫날의 리듬을 잘못 잡으면 남은 이틀이 통째로 헐떡이게 된다는 것. 그래서 나는 공항을 나서기 전부터 조용히 다짐하고 있었다. 오늘은 이 도시가 걷는 속도에, 내 걸음을 맞추자고.
야자수 사이로, 첫 바다 냄새가 밀려올 때
공항 출구에서 나를 기다리던 건 이름표를 든 기사님이었다. 이번 첫날의 이동은 처음부터 [우리만] 나트랑 체크아웃 단독투어 6시간(2,000원, https://myrealt.rip/fZEgd5)에 맡겨두었는데, 공항 하차가 무료로 포함되고 운전기사님이 여섯 시간을 온전히 함께해준다는 게 도착일에는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 낯선 도시에서 짐 무게까지 어깨에 얹은 채 버스 노선을 더듬는 대신, 나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도는 차 뒷좌석에 등을 기대고 창밖으로 흘러가는 도시를 그냥 바라보기만 하면 됐다. 그것만으로도 첫날의 긴장이 절반은 풀렸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은 오른편으로 계속 바다를 끼고 달렸다. 처음엔 야자수의 초록만 눈에 들어왔다. 도로 양옆으로 키 큰 야자수들이 줄지어 서서 잎을 흔들었고, 그 사이사이로 파란색이 얼핏얼핏 스쳤다. 그러다 어느 순간 시야가 툭 트이면서, 정말 거대한 바다가 창 한가득 들어찼다. 나는 나도 모르게 창문을 조금 내렸다. 훅 들어온 바람에 소금기와 미역 냄새, 뜨거운 아스팔트 냄새가 한꺼번에 섞여 있었다. 아, 이게 나트랑의 첫 바다 냄새구나. 코끝이 찡할 만큼 짭짤하고 뜨거운 그 냄새를, 나는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았다.
기사님은 백미러로 나를 흘끗 보더니 서툰 영어와 손짓을 섞어 말을 걸어왔다. 어디서 왔냐, 한국에서 왔구나, 나트랑 처음이지, 하고 묻는 말들이 다정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오른손을 창밖 바다 쪽으로 쭉 뻗으며 "쩐푸, 쩐푸" 하고 해변 이름을 알려주었다. 이 긴 해안 도로 전체가 쩐푸 해변을 따라 나 있다고, 저녁이 되면 이 길에 사람들이 다 나온다고. 그러고는 자기 손목시계를 톡톡 두드리며, 오늘은 급할 것 없으니 천천히 다니자고 웃었다. 그 말 한마디에 나는 완전히 무장 해제됐다. 낯선 도시의 첫 사람이 건네는 "천천히"라는 말이 이렇게 따뜻할 줄이야.
그는 운전을 하면서도 손가락으로 이곳저곳을 짚어주었다. 저기 저 하얀 성당이 아침이면 종을 친다고, 이 길을 쭉 따라가면 저녁에 야시장이 선다고, 자기 딸도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 신호에 걸릴 때마다 그는 뒤를 돌아보며 이야기를 하나씩 더 얹었다. 나는 그 서툰 영어와 손짓의 조합이 신기하게도 하나도 어렵지 않았다. 사람이 사람에게 자기 도시를 소개하고 싶어 하는 마음에는 언어가 크게 필요하지 않다는 걸, 그 차 안에서 새삼 느꼈다. 그는 에어컨 바람이 세지 않냐고 물으며 손수 온도를 조절해주었고, 내가 창밖 바다를 자꾸 바라보자 속도를 살짝 늦춰 오래 볼 수 있게 해주었다. 도착일의 이 여섯 시간이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도시가 나를 맞이하는 첫 인사처럼 느껴졌다.
창밖으로는 오토바이 물결이 도로를 가득 메운 채 흘러갔다. 그 사이로 교복 입은 아이들이 셋씩 넷씩 한 오토바이에 매달려 지나갔고, 뒷자리에 채소 바구니를 산더미처럼 실은 아주머니, 웃통을 벗은 청년, 우비를 접어 무릎에 얹은 할아버지가 저마다의 속도로 흘러갔다. 경적 소리는 요란했지만 이상하게 화가 난 소리가 아니었다. "지나갈게요", "여기 있어요" 하고 서로에게 건네는 인사 같은 소리였다. 신호등 앞에 오토바이들이 빼곡히 멈춰 서면, 그 색색의 헬멧들이 꼭 좌판에 쌓인 열대과일처럼 보였다. 나는 그 물결을 구경하며, 이미 이 도시가 조금 좋아지고 있었다.
쩐푸 해변의 느린 속도, 담 시장의 뜨거운 색
기사님은 나를 쩐푸 해변 한 자락에 내려주고, 근처 그늘에 차를 대고 기다리겠다며 손을 흔들었다. 신발을 벗어 손에 들고 모래로 첫발을 디딘 순간, 발바닥이 화들짝 놀랐다. 오후의 모래는 생각보다 훨씬 뜨거워서 나는 저도 모르게 "앗, 뜨거" 하고 폴짝 뛰었다. 몇 걸음 못 가 발을 어쩌지 못하고 종종거리는 나를 보고, 근처에서 공을 차던 아이 하나가 까르르 웃으며 젖은 모래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파도가 닿는 축축한 선을 따라 걸으면 된다는 뜻이었다. 그 아이 말대로 젖은 모래로 발을 옮기자 발바닥이 거짓말처럼 시원해졌다. 오후의 모래는 뜨끈했고, 파도가 밀려와 발등을 적실 때마다 그 열기가 순식간에 식었다가 다시 데워지길 반복했다. 나는 그 자리에 한참을 서 있었다. 서울에서라면 벌써 다음 목적지를 검색하고 있었을 텐데, 여기서는 이상하게 그럴 마음이 들지 않았다. 파도가 오는 속도, 야자잎이 흔들리는 속도, 저 멀리 파라솔 아래서 낮잠 자는 사람들의 속도 — 그 느린 박자에 내 숨이 저절로 맞춰졌다. 파도 소리와 아이들 웃음소리, 어디선가 들려오는 베트남 라디오 소리가 뒤섞여 귓가를 채웠고, 나는 그냥 그 소리에 몸을 담근 채 오래 걸었다. 바지 밑단이 젖든 말든 개의치 않았다. 그게 이 해변에 몸을 맞추는 방식이라는 걸, 걷다 보니 알 것 같았다.
해변 중간쯤에는 파라솔을 빌려주는 아저씨가 있었다. 내가 그늘을 찾아 두리번거리자 그는 손짓으로 나를 불러 낡은 플라스틱 의자 하나를 내주었고, 얼음이 가득 든 야자수 하나를 통째로 잘라 빨대를 꽂아 건넸다. 톡 쏘지 않고 밍밍하니 시원한 그 야자수 물을 한 모금 넘기자, 뜨겁게 달아오른 몸속이 안쪽부터 서늘해졌다. 옆 파라솔에서는 베트남 가족이 소풍을 나와 도시락을 펼쳐놓고 웃고 있었고, 아이들은 파도를 향해 달려갔다가 비명을 지르며 되돌아오길 반복했다. 나는 그 광경을 보며 야자수를 홀짝였다. 해야 할 일도, 가야 할 곳도 없는 오후. 손목시계를 자꾸 확인하던 버릇이 그제야 손끝에서 빠져나갔다. 파도가 한 번 밀려오고, 다시 물러가고, 또 밀려오는 그 반복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앉아 있었다. 도시의 속도에 몸을 맞춘다는 게 별게 아니었다.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파도가 오는 만큼만 숨을 쉬는 것이었다.
한낮의 해가 조금 기울 무렵, 나는 짠 냄새를 뒤로하고 담 시장으로 향했다. 해변의 고요와 시장의 소란은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색이 먼저 쏟아졌다. 노랑, 빨강, 초록 — 열대과일이 산처럼 쌓인 좌판이 통로 양옆으로 끝없이 이어졌다. 망고스틴의 진보라, 반으로 쪼갠 잭프루트의 노란 속살, 가시가 삐죽삐죽한 두리안, 새빨간 람부탄이 무더기로 놓여 있었고, 아주머니 한 분이 망고 한 조각을 잘라 내 손에 쥐여주며 먹어보라고 했다. 물기 가득한 그 노란 조각을 입에 넣자 시고 단맛이 확 퍼졌다. 옆 골목으로 접어드니 이번엔 냄새가 세계를 바꿨다. 향신료 좌판이었다. 계피와 팔각, 정체 모를 붉은 가루와 노란 강황이 소쿠리마다 소복이 담겨 있었고, 그 위로 매콤하고 알싸한 향이 공기를 무겁게 눌렀다. 그 끝에는 건어물 골목이 있었다. 볕에 바짝 마른 생선과 마른 새우가 줄줄이 매달려 짭조름하고 비릿한 냄새를 뿜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냄새마저 이 도시의 생활 같아서 밉지 않았다.
시장 안쪽으로 더 깊이 들어가자 이번엔 열기와 김이 확 끼쳤다. 국수를 삶는 솥에서 뽀얀 김이 쉴 새 없이 피어올랐고, 그 앞에 앉은 사람들이 후루룩후루룩 국물을 넘기고 있었다. 한 아주머니가 나를 보더니 그릇을 가리키며 앉으라고 손짓했지만, 나는 저녁 약속이 있어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그 옆으로는 커피 좌판이 있었다. 진하고 검은 베트남 커피가 연유 위로 뚝뚝 떨어지는 걸 보고 있자니, 쓰고 달큰한 그 냄새가 코를 잡아끌었다. 결국 나는 얼음이 가득한 연유 커피 한 잔을 사서 손에 쥐었다. 한 모금 넘기자 진한 쓴맛 뒤로 연유의 단맛이 묵직하게 밀려왔고, 시장의 열기와 어우러져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살아 있었다. 좌판 아주머니들은 손님을 부르고, 물건값을 흥정하고, 저희끼리 크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나 같은 이방인이 카메라를 들어도 손사래 대신 오히려 포즈를 잡아주며 웃었다. 한 할머니는 내가 렌즈를 향하자 쓰고 있던 논라(원뿔 모자)를 고쳐 쓰고는 이가 몇 개 없는 입으로 활짝 웃어 보였고, 나는 그 웃음이 너무 좋아서 셔터를 여러 번 눌렀다. 좁은 통로를 지날 때면 누군가 "언니, 이거 봐" 하듯 소매를 슬쩍 잡아끌었고, 나는 그때마다 걸음을 멈추고 그들의 좌판을 들여다봤다. 사겠다는 게 아니라 그냥, 그 활기 속에 잠깐씩 머물고 싶었다. 흥정을 하다 값이 안 맞으면 서로 어깨를 툭 치며 웃고, 그러다 또 한 봉지를 더 얹어주는 그 마음의 오고 감이 나는 좋았다. 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나오니 손에는 람부탄 한 봉지가 들려 있었고, 셔츠에는 향신료 냄새가 은은하게 배어 있었다. 이 도시가 내 몸에 조금씩 스미고 있다는 증거 같았다.
첫 저녁의 넴느엉, 그리고 내일을 위한 설렘
해가 완전히 넘어갈 즈음, 기사님이 알려준 골목 안 로컬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관광객보다 동네 사람이 훨씬 많은 곳이었다. 플라스틱 의자에 앉자 종업원이 넴느엉 한 접시를 내왔다.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 소시지, 얇은 라이스페이퍼, 상추와 허브 한 무더기, 초록빛 바나나와 오이 채, 그리고 새콤달콤한 소스가 함께 나왔다. 옆 테이블 아저씨가 손짓으로 싸 먹는 법을 알려줬다 — 라이스페이퍼에 고기와 채소를 얹고 돌돌 말아 소스에 푹 찍는 것. 서툴게 따라 만 첫 쌈을 입에 넣자, 숯불 향이 밴 고기의 고소함과 허브의 상큼함, 소스의 새콤함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뜨거운 국물이 그리워질 즈음엔 분짜 한 그릇이 나왔다. 김이 오르는 새콤달콤한 국물에 담긴 구운 고기와 쌀국수를 후루룩 넘기니, 하루 종일 걸어 지친 몸에 온기가 쫙 퍼졌다. 나는 그 그릇 앞에서 저절로 웃었다. 첫날 저녁을 이렇게 뜨겁고 다정하게 맞을 줄은 몰랐으니까.
식당은 저녁 시간이 되자 동네 사람들로 금세 북적였다. 퇴근한 청년들이 맥주병을 부딪치며 "못, 하이, 바, 요!" 하고 건배 구호를 외쳤고, 가족 단위 손님들은 아이 몫까지 쌈을 싸느라 손이 바빴다. 종업원은 빈 접시를 치우면서도 내 잔에 얼음차를 계속 채워주었고, 주방에서는 숯불에 고기 굽는 소리가 지글지글 끊이지 않았다. 그 연기와 냄새가 골목 전체에 퍼져, 지나가던 사람들이 코를 킁킁대며 기웃거렸다. 나는 그 소란 한가운데 앉아 낯선 도시의 저녁을 통째로 들이마셨다. 혼자 먹는 밥인데도 조금도 외롭지 않았다. 옆 테이블 아저씨가 자꾸 소스를 밀어주며 더 찍어 먹으라 손짓했고, 나는 그때마다 고개를 꾸벅이며 웃었다. 말은 안 통해도 밥상 위에서는 다 통했다.
배가 부르고 마음이 노곤해질 무렵, 나는 아직 하나 남은 일이 있다는 걸 떠올렸다. 내일 아오자이를 입고 사진을 남기기로 한 것. 식당에서 멀지 않은 곳에 [단독할인] 나트랑 아오자이 사진관(6,500원, https://myrealt.rip/fZEe36)이 있어, 소화도 시킬 겸 걸어가 미리 컨셉을 골라두기로 했다. 사진관 문을 열자 벽 한 면 가득 걸린 아오자이가 조명 아래서 색을 뽐냈다. 새하얀 순백, 노을 같은 다홍, 바다를 닮은 코발트블루, 자수가 촘촘히 놓인 연분홍까지. 사장님은 내 얼굴색을 살피더니 이 색이 어울리겠다, 저 배경이 예쁘겠다 하며 사진첩을 펼쳐 보여주었다. 지난 손님들의 사진 속에는 가족이 다 함께 흰 아오자이를 맞춰 입고 활짝 웃는 장면, 연인이 노을빛 다홍을 입고 마주 본 장면, 아이 혼자 연분홍을 입고 꽃을 든 장면이 가득했다. 결이 저마다 달랐지만 하나같이 웃고 있었다. 사장님은 내게 아오자이 소매를 직접 대보라며 몇 벌을 어깨에 걸쳐주었고, 거울 앞에서 이리저리 돌려 보이며 어떤 색이 내 피부에 사는지 함께 골라주었다. 자수가 놓인 옷깃을 손끝으로 만져보니 생각보다 결이 곱고 단단했다. 나는 결국 바다를 닮은 코발트블루 아오자이에 손이 갔다. 오늘 낮에 본 그 쩐푸의 바다색과 꼭 같았기 때문이다. 내일 낮의 햇살 아래서 이 옷을 입고 서 있을 나를 상상하니, 하루의 피로가 슬며시 설렘으로 바뀌었다. 사장님은 내일 이 시간대의 빛이 가장 곱다며 촬영 시간을 함께 정해주었고, 나는 수첩에 그 시간을 적으며 벌써부터 마음이 들떴다. 컨셉을 고르고 예약 시간을 적어두는 그 짧은 순간이, 이상하게도 오늘 하루 중 가장 두근거렸다.
사진관을 나서니 밤바람이 한결 시원했다. 쩐푸 해변 쪽에서 여전히 파도 소리가 들려왔고, 해안 도로에는 기사님 말대로 사람들이 잔뜩 나와 산책을 하고 있었다. 나는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일부러 조금 돌아, 바다가 보이는 난간에 잠시 기대섰다. 낮에 뜨거웠던 모래도, 시장의 매운 향도, 저녁의 숯불 냄새도 다 지나갔는데, 그 모든 온기가 아직 내 몸 어딘가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내일의 파란 아오자이를 떠올리며, 나는 오늘 하루를 조용히 접었다.
첫날은 이렇게 지나갔다. 아무것도 정복하지 않았고, 유명한 무언가를 손에 넣지도 않았다. 다만 나는 이 도시가 걷는 속도를 배웠다. 파도가 오는 속도, 좌판 아주머니가 웃는 속도, 기사님이 "천천히" 하고 건네던 그 속도. 그리고 그 속도가 결국 사람의 온도였다는 것도. 야자수 물을 건네던 파라솔 아저씨의 손, 망고 한 조각을 쥐여주던 상인의 손, 소스를 밀어주던 옆자리 아저씨의 손 — 오늘 하루 나를 스쳐 간 손들이 하나같이 따뜻했다는 걸, 난간에 기대서서야 겨우 헤아렸다. 그 박자에 내 하루를 맞추고 나니, 낯설던 나트랑이 어느새 익숙한 얼굴로 다가와 있었다. 공항을 나설 때만 해도 내 어깨를 짓누르던 그 긴장은, 어느새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소금기 밴 셔츠와 향신료 냄새, 손끝에 남은 망고의 단맛, 그리고 내일을 향한 작은 설렘 — 도착일의 나에게 남은 건 그런 것들이었다. 내일은 이 몸에 밴 느긋한 속도 그대로, 파란 아오자이를 입고 바다 너머 사막까지 천천히 걸어가 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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