붐비는 바나힐 대신 단독 차량으로 호이안 올드타운을 골라 노란 골목과 투본강, 저녁 등불 사이를 천천히 걸은 하루.
바나힐과 호이안 사이에서 리듬 고르기
다낭의 둘째 날 아침은 창문으로 먼저 왔다. 커튼 틈으로 들어온 햇살이 이불 위에 노란 선을 그었고, 그 선을 따라 손을 뻗으면 벌써 바깥의 열기가 만져질 것 같았다. 나는 어제 미케 해변에서 묻혀 온 소금기가 아직 목덜미에 남은 채로 로비로 내려갔다. 프런트 옆 작은 냉장고에서 꺼낸 병 커피는 얼음이 절반이었고, 첫 모금에 진하고 달큰한 연유가 혀에 감겼다. 로비 스피커에서는 잔잔한 기타 소리가 흘렀고, 유리문 밖으로는 벌써 오토바이들이 경적을 짧게 주고받으며 골목을 채우기 시작했다. 오늘은 갈림길이 있는 날이었다. 산으로 올라가 구름 위 다리를 걸을지, 강을 낀 노란 마을로 내려가 골목을 걸을지. 어느 쪽도 틀리지 않는데, 이상하게 아침부터 마음 한구석이 자꾸 한쪽으로 기울었다. 나는 커피를 반쯤 비우고 목덜미의 소금기를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커피 잔에 맺힌 물방울을 손끝으로 훑으며, 나는 그 기울어짐이 어디로 향하는지 잠깐 가만히 들여다봤다.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하루라는 걸, 몸이 먼저 알고 있는 듯했다. 로비 문이 열릴 때마다 훅 들어오는 바깥 공기에는 벌써 열대의 습기와 매연, 그리고 어딘가에서 익어가는 과일의 단내가 배어 있었다.
아침 여덟 시 — 기사님과 오늘의 갈림길을 고르다
약속한 시간보다 오 분 일찍, 호텔 앞에 은색 세단이 미끄러지듯 섰다. 창문이 내려가고 기사님이 "누나, 굿모닝!" 하고 서툰 한국말로 손을 흔들었다. 어제 공항에서 나를 태워 시내까지 데려다준 바로 그 다낭 공항 → 다낭 시내 단독 픽업 서비스(6,599원) 기사님이었다. 하루 사이에 우리는 벌써 아침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됐고, 그는 조수석 문을 열어 미지근한 생수 한 병을 건네며 오늘은 어디로 가느냐고 눈으로 물었다. 나는 휴대폰 지도를 켜 두 지점을 번갈아 짚었다. 손가락 하나는 산 위 바나힐, 골든브리지와 케이블카가 있는 구름의 방향. 다른 손가락은 남쪽으로 삼십 분, 투본강을 낀 호이안 올드타운.
기사님이 잠깐 웃더니 핸들 위로 두 손을 포갰다. 바나힐은 지금 이 시간에 올라가면 케이블카 앞 줄이 뱀처럼 길고, 골든브리지 위에서는 사진 한 장을 찍으려 해도 사람들 어깨 사이로 팔을 뻗어야 한다고, 그는 손으로 어깨를 밀치는 시늉까지 하며 말했다. 그러고는 손바닥을 펴 하늘을 가리키며, 오후엔 산 위에 구름이 두껍게 내려앉아 그 유명한 손 모양 다리조차 안개에 묻혀버릴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나는 창밖으로 벌써 데워지기 시작한 아스팔트를 봤다. 구름 위 다리도 분명 아름다울 것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나는 당연히 바나힐을 첫 줄에 적어두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는 산자락, 구름을 딛고 선 거대한 두 손. 사진으로 수없이 본 그 장면이 눈앞에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설레지 않을 리 없었다. 하지만 오늘 내가 데려가고 싶은 건 붐비는 절경이 아니라, 사람 사이에 오래 앉아 있어도 등이 떠밀리지 않는 하루였다. 정해진 동선을 따라 표를 끊고 줄을 서고 다음 칸으로 밀려가는 하루보다, 골목에서 누가 불러 세우면 멈춰 서고 국물 한 그릇 앞에서 오래 앉아 있어도 되는 하루. 나는 손가락을 남쪽으로 옮겨 두 번 톡톡 두드렸다. 호이안으로 가요. 기사님 눈꼬리가 접히며 "굿 초이스, 누나" 하고 시동을 부드럽게 걸었다. 그 한마디에 아침 내내 기울어 있던 마음이 비로소 제자리에 놓인 듯 가벼워졌다.
차가 시내를 벗어나자 풍경이 순해졌다. 오토바이 물결이 잦아들고 논이 열리고, 물소 한 마리가 진창에 발을 담근 채 우리를 무심히 바라봤다. 라디오에서는 베트남 발라드가 낮게 흘렀고, 기사님은 박자에 맞춰 손가락으로 핸들을 툭툭 쳤다. 그는 백미러로 나를 보며, 호이안에는 예전에 상인들이 배를 대던 오래된 부두가 있다고, 자기 할머니도 그 강가에서 나고 자랐다고 더듬더듬 이야기를 이어갔다. 말이 매끄럽지 않아도 그 목소리에는 고향을 말하는 사람 특유의 부드러움이 배어 있었다. 나는 창을 조금 내렸다. 들이친 바람에서 벼 냄새와 어디선가 태우는 마른 풀 냄새, 그리고 길가 노점에서 굽는 무언가의 단내가 한꺼번에 섞여 들어왔다. 논둑을 따라 자전거를 탄 아이들이 우리 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 나도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마주 흔들었다. 붐비는 정상을 포기하자 오히려 하루가 넉넉해진 기분이었다. 시간표에 쫓겨 케이블카 줄에 서는 대신, 나는 이 순한 길 위에서 낯선 아이의 인사를 받고 기사님의 할머니 이야기를 들었다. 정상까지 밀려 올라가는 대신, 나는 강가 마을로 천천히 내려가는 길을 골랐고, 그 선택은 아침의 기울어짐이 옳았다고 조용히 일러주었다.
정오 — 노란 골목과 투본강, 까올라우 한 그릇
호이안 초입에서 차를 세운 건 다낭 10시간 단독 차량 투어(7,577원) 덕이었다. 오늘 하루 이 차는 온전히 우리의 것이라, 정해진 코스도, 다음 팀에게 넘겨줄 시간표도 없었다. 기사님은 올드타운 어귀 그늘에 차를 대며 창문을 반쯤 내리고, 자기는 여기 나무 아래서 낮잠이나 잘 테니 몇 시간이든 편히 다녀오라고 손을 저었다. "천천히 봐요, 누나. 배고프면 전화해요." 그러고는 대시보드 위에 놓아둔 나뭇잎 모양 방향제를 가리키며, 돌아오면 이 시원한 차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웃었다.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는 그 한마디가, 마을로 걸어 들어가는 첫걸음을 유난히 가볍게 했다. 나는 가방끈을 고쳐 매고, 어디로 먼저 갈지도 정하지 않은 채 가장 좁아 보이는 골목으로 발을 들였다.
골목에 들어서자 세상이 온통 노랬다. 오래된 벽마다 겨자색, 계란 노른자색, 바랜 살구색 페인트가 겹겹이 벗겨져 있었고, 그 위로 부겐빌레아 분홍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처마마다 등불이 접힌 채 낮잠을 자고 있었다 — 밤이 오면 켜질 것을 아직 모르는 얼굴로. 좁은 골목엔 자전거 벨 소리와 어디선가 갈아내는 얼음 소리, 관광객들의 웃음이 낮게 섞여 흘렀다. 담벼락 아래 그늘에서는 고양이 한 마리가 배를 뒤집고 늘어져 있었고, 그 옆 낡은 나무문 틈으로는 향 냄새가 가늘게 새어 나왔다. 재단사 가게 앞을 지나는데 문 앞에 선 아주머니가 나를 불러 세웠다. 안으로 들어오라며 손짓하는 그녀 뒤로, 벽 한 면 가득 원단이 무지개처럼 걸려 있었다. 남색 실크, 진홍색 벨벳, 은은한 옥색 리넨이 천장까지 층층이 쌓여, 가게 안은 색만으로도 서늘하고 풍성했다. 그녀는 실크 한 필을 풀어 내 손등에 대주며 잘 어울린다고, 하루면 아오자이 한 벌을 지어준다고 웃었다. 안쪽에서는 젊은 재봉사가 발재봉틀을 밟으며 천을 밀어 넣고 있었고, 그 옆에서 다른 이가 완성된 옷깃에 스팀다리미를 대자 하얀 김이 훅 피어올랐다. 나는 오늘은 눈으로만 담겠다며 손을 저었지만, 아주머니는 서운해하는 대신 사진 한 장 찍어가라며 원단 앞에 나를 세워주었다.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와 다림질에서 오르는 김, 바닥에 흩어진 색색의 실밥들이 오래 눈에 남았다.
골목이 끝나는 자리에 투본강이 넓게 누워 있었다. 강물은 흙빛이었고, 나무배들이 뱃머리에 그려진 커다란 눈을 껌뻑이며 물결에 흔들렸다. 강가 계단에는 챙 넓은 삿갓을 쓴 아주머니들이 바구니에 과일을 담아 팔았고, 잘라낸 파인애플과 망고에서 시큼달큰한 향이 훅 끼쳤다. 뱃사공 할머니가 삿대에 기댄 채 그늘에서 부채질을 하다가, 눈이 마주치자 이가 몇 개 빠진 입으로 환하게 웃었다. 배를 타겠느냐고 손짓하는 그녀에게 나는 저녁에 다시 오겠다고, 통하지 않을 걸 알면서도 손을 저어 답했다. 강바람에 실려 온 것은 물비린내와 숯불 냄새, 그리고 어딘가 국숫집에서 새어 나오는 진한 육수 향이었다. 그 냄새를 따라 걸어 들어간 식당은 골목 안쪽 낡은 목조 건물 일층이었다. 천장에서는 낡은 선풍기가 삐걱대며 돌았고, 벽에는 빛바랜 사진과 달력이 몇 장 붙어 있었다. 플라스틱 의자에 앉으니 나무 탁자 위로 젓가락통과 고추장아찌 병, 라임 몇 조각이 놓인 접시가 먼저 나왔다. 나는 까올라우 한 그릇을 시켰다. 이 마을 우물물로만 반죽한다는 두툼한 면 위에, 얇게 저민 돼지고기와 바삭한 튀김 조각, 생 허브가 수북이 얹혀 나왔다. 김이 오르는 그릇을 코앞에 두자 팔각과 계피 같은 향신료 냄새가 훅 끼쳤고, 국물은 자작했다. 한 젓가락 비비자 면에서 나무 향 같은 구수함이 올라왔고, 바삭한 튀김이 씹힐 때마다 고소한 소리가 났다. 처음엔 향이 낯설어 잠깐 젓가락을 멈췄지만, 라임을 짜 넣고 허브를 함께 감아 한입 더 넣자 그제야 이 그릇이 왜 이 마을의 이름을 달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나무 의자에 앉아 땀을 흘리며 그릇을 비우는 동안, 옆 테이블 노부부가 자기네 접시의 짭조름한 소스를 조금 덜어주며 이걸 찍어 먹으라고 손짓했다. 할아버지는 엄지를 들어 보였고, 할머니는 내 이마의 땀을 보고는 부채를 들어 몇 번 부쳐주기까지 했다. 말은 한 마디도 통하지 않았는데, 그 접시 하나와 부채질 몇 번으로 우리는 한동안 같은 식탁의 사람이 됐다. 그릇을 다 비우고 일어설 때, 나는 두 손을 모아 고개를 숙였고 노부부도 웃으며 같은 인사를 돌려주었다.
해 질 무렵 — 등불이 켜지고, 강 위로 소원을 띄우다
낮의 열기가 한풀 꺾이자 마을은 다른 얼굴로 깨어났다. 하늘이 주황에서 보라로 번지는 짧은 시간, 골목 어딘가에서 딸깍하는 소리가 나더니 첫 등불이 켜졌다. 그 하나를 신호로, 낮 동안 처마에 접혀 잠들어 있던 등불들이 가게마다 하나둘 눈을 떴다. 실크로 감싼 붉은 등, 대나무 살이 비치는 노란 등, 물방울처럼 늘어진 연꽃 모양 등이 골목마다 줄줄이 불을 밝히자, 낮에 페인트가 벗겨져 있던 노란 벽이 이번엔 안에서부터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등불 아래를 지나는 사람들의 얼굴에도 따뜻한 색이 얹혔다. 상점 주인이 긴 막대로 처마 높이 등을 툭툭 건드려 위치를 바로잡았고, 그때마다 불빛이 잠깐 흔들리며 벽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어디선가 달콤한 코코넛 디저트 냄새와 볶은 커피 향이 흘러왔고, 가게 스피커에서는 잔잔한 노래가 골목의 웅성거림과 섞였다. 나는 어느새 그 불빛의 강 속을 걷고 있었다. 기사님은 저녁까지 우리를 기다려주기로 했으니, 나는 시간을 손목에서 풀어놓고 사람들 사이를 흘러 다녔다. 등불 하나하나 아래 멈춰 서서 그 색을 눈에 담아도, 아무도 내 등을 떠밀지 않았다.
강가에는 어스름과 함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다리 난간마다 연인과 가족이 기대섰고, 물 위로는 벌써 작은 등불들이 별처럼 흩어져 흐르고 있었다. 골목 어귀에서는 누군가 대나무 피리를 불었고, 그 소리 사이로 노점의 숯불 냄새와 갓 구운 반미의 고소한 향이 번졌다. 아이들은 물가로 뛰어가 등불을 손가락으로 세며 깔깔댔고, 그 웃음소리가 강물에 닿아 잘게 부서지는 것 같았다. 강가에 쪼그려 앉은 소녀가 종이 연꽃 등을 담은 바구니를 내밀며, 하나에 소원 하나라고 손가락을 펴 보였다. 바구니 안에는 분홍, 노랑, 하양 연등이 오밀조밀 담겨 저마다 촛불 하나씩을 품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촛불이 담긴 연등 하나를 받아들고 강가에 무릎을 굽혔다. 소녀가 라이터로 심지에 불을 붙여주자, 종이 꽃잎 안쪽이 주홍빛으로 은은하게 물들었다. 강가 돌계단은 이끼가 껴 미끄러웠고, 나는 한 손으로 계단을 짚은 채 등을 든 손을 조심스레 강물 가까이 내렸다. 물살이 생각보다 세서 등이 손을 떠나기도 전에 촛불이 꺼질까 잠깐 마음을 졸였다. 소녀가 옆에서 "천천히, 천천히" 하듯 두 손으로 누르는 시늉을 했고, 나는 숨을 한 번 고른 뒤 두 손으로 등을 물 위에 살며시 내려놓았다. 손끝에 닿은 강물이 서늘했고, 등은 잠깐 제자리에서 빙그르 돌며 망설이다 이내 물결을 타고 미끄러져 나갔다.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오히려 어둠 속에서 더 또렷해진 주홍빛이 다른 등불들 틈으로 섞여 들어갔다. 무슨 소원을 빌었느냐고 누가 물으면 대답하기 쑥스러운, 아주 사소하고 다정한 바람 하나를 나는 그 작은 불빛에 실어 보냈다. 소녀는 손뼉을 치며 좋아했고, 나도 젖은 손을 옷자락에 문지르며 그 애를 따라 웃었다.
강 위는 이제 흐르는 불빛으로 가득했다. 수백 개의 연등이 저마다 다른 속도로 어둠을 밀며 떠갔고, 그 위로 다리의 등불이 물에 어른어른 비쳤다. 어떤 등은 서로 몸을 붙인 채 무리 지어 흘렀고, 어떤 등은 홀로 떨어져 나와 강 한복판을 유유히 갔다. 뱃사공들이 손님을 태운 나무배가 그 불빛 사이를 조용히 가르며 지나갈 때마다, 물살에 등불들이 잠깐 흔들렸다가 다시 제 길을 찾았다. 나는 강가 계단에 앉아 한참을 그냥 바라봤다. 돌계단은 낮의 열기를 아직 품고 있어 앉은 자리가 은근히 따뜻했고, 등 뒤 골목에서는 사람들의 말소리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옆에 앉은 베트남 아주머니가 삶은 옥수수를 팔다가, 팔던 것 하나를 슬쩍 내 손에 쥐여주며 따뜻할 때 먹으라고 웃었다. 손사래를 쳤지만 그녀는 괜찮다는 듯 내 어깨를 툭 치고는 다시 강 쪽으로 눈을 돌렸다. 김이 오르는 옥수수를 한입 베어 물자 달큰한 단내가 입안에 퍼졌고, 짭짤한 소금기가 뒤따라왔다. 나는 그제야 오늘 아침의 갈림길을 다시 떠올렸다. 구름 위 다리도 근사했겠지만, 지금 내 앞에 흐르는 이 불빛의 강과 손에 쥔 따뜻한 옥수수는, 붐비는 절경으로는 결코 담아 올 수 없는 온도였다. 저만치서 기사님이 손을 들어 천천히 오라고 신호를 보냈고, 나는 마지막으로 내 연등이 흘러간 방향을 눈으로 좇았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창밖은 다시 캄캄한 논이었고, 라디오에서는 아침에 들었던 것과 비슷한 발라드가 낮게 흘렀다. 멀어지는 마을의 등불이 뒷유리에 작은 점으로 맺혔다가 이내 어둠에 삼켜졌다. 기사님은 오늘 하루 어땠느냐고 묻지 않았다. 대신 백미러로 나를 한번 보고는, 내 무릎 위 옥수수 껍질과 아직 손에 밴 촛농 냄새를 알아챈 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에어컨 바람을 한 칸 낮춰주고, 남은 생수병을 가리키며 마시라는 손짓을 했다. 나는 손등에 남은 연등의 온기와 까올라우의 구수함, 재봉틀 소리와 강물의 서늘함, 낯선 이의 접시와 옥수수의 단내를 하나하나 되짚었다. 산 위의 다리를 걷지 않았다고 아쉽지 않았다. 오늘 내가 데려온 것은 노란 골목과 낯선 이의 접시, 물 위를 흐르던 작은 불빛들 —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아니라, 사람들 틈에 앉아 함께 데워진 하루였다. 재단사 아주머니의 원단 냄새, 노부부의 부채질, 옥수수를 쥐여준 손, "천천히"를 외치던 소녀의 목소리가 아직 몸 어딘가에 남아 있었다. 내일 아침이면 이 마을의 등불은 다시 접혀 낮잠을 잘 것이고, 나는 또 다른 갈림길 앞에 설 것이다. 어떤 여행은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가야 완성되지만, 어떤 하루는 강물 높이로 내려앉아 사람들 사이에 앉아야 비로소 채워진다. 오늘은 후자였다. 그래도 오늘만큼은, 리듬을 이쪽으로 고르길 잘했다.
오늘 함께한 마이리얼트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