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위의 첫 저녁 — 오노미치, 계단과 고양이와 해협 1
지민지민

언덕 위의 첫 저녁 — 오노미치, 계단과 고양이와 해협

후쿠야마에서 산요본선으로 갈아타 도착한 오노미치의 첫날. 센코지산 로프웨이로 올라 언덕 마을과 세토내해를 내려다보고, 절의 길과 고양이 골목, 문학의 길을 걸어 내려와, 항구의 저녁빛과 오노미치 라멘으로 하루를 닫은 기록.

후쿠야마에서 산요본선으로 갈아타자 두 칸짜리 열차가 곧장 바다 옆을 달렸다. 창을 열면 닿을 것처럼 가까운 수로, 그 건너 손에 잡히는 섬. 오노미치역에 내리니 도시라기보다 항구에 가까운, 작고 낮은 마을이었다. 여름 볕은 강했지만 바다에서 올라오는 바람에 물기가 실려 있었다.

산요본선 두 칸 열차에서 내린 오노미치역, 바로 앞의 바다

가방을 가볍게 하고 곧장 언덕으로 향했다. 오노미치는 바다와 산 사이에 얇게 눌린 도시라, 조금만 걸어도 골목이 계단으로 바뀐다. 한여름 낮에 이 계단을 처음부터 오르는 건 무리다 싶어, 나는 로프웨이를 택했다. 나가에구치에서 정상까지 3분 남짓, 왕복 6,608원. 발밑으로 기와지붕과 수로, 그 위를 지나는 작은 배가 한눈에 들어왔다. (로프웨이 요금·시간 → Mt. Senkoji Ropeway Round Trip Ticket)

정상에서는 내려오는 길을 걷기로 했다. 오노미치의 진짜 얼굴은 전망대가 아니라, 절의 길과 골목에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센코지의 붉은 당(堂)을 지나 좁은 돌계단으로 접어들자, 담장 위에 고양이 한 마리가 낮잠을 자고 있었다. 이 동네엔 고양이가 많다. 그들은 여행자를 경계하지 않고, 그저 자기 자리에서 여름을 난다.

절의 길 돌계단, 담장 위에서 낮잠 자는 고양이

계단은 이따금 누군가의 현관 앞으로, 이따금 오래된 우체통 옆으로 이어졌다. 문학의 길에는 이 도시를 지나간 작가들의 문장이 돌에 새겨져 있었는데, 나는 그것을 다 읽지 않았다. 다만 계단참에 앉아 숨을 고르며, 지붕 너머로 반짝이는 해협을 한참 바라보았다. 내려오는 길이라 여름에도 걸을 만했고, 무엇보다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

언덕을 다 내려왔을 무렵 해가 기울었다. 오늘의 숙소는 항구의 낡은 창고를 고쳐 만든 ONOMICHI U2 안에 있었다. 객실에 자전거를 세워 둘 수 있는, 항구와 붙은 조용한 방. 짐을 풀고 부두로 나가니, 해협의 물이 저녁빛을 받아 천천히 식어 가고 있었다. (숙소 → HOTEL CYCLE ONOMICHI U2 Standard Twin, 2인실 186,912원)

항구 부두에서 본 해협의 저녁빛

첫 저녁은 오노미치 라멘으로 정했다. 세토내해의 작은 생선으로 낸 간장 국물 위에 등지방이 동그랗게 떠 있는, 이 도시의 오래된 한 그릇. 산책으로 지친 몸에 뜨거운 국물이 조용히 스몄다. 한 그릇에 6,891원, 카운터에 앉아 천천히 비웠다. (오노미치 라멘 → Onomichi Ramen Maruboshi Onomichi Ramen)

돌아오는 길, 상점가의 셔터가 하나둘 내려가고 있었다. 첫날의 오노미치는 이렇게 저물었다 — 계단과 고양이와 해협의 저녁으로. 내일은 자전거를 빌려 바다를 건널 참이다.

#오노미치#세토내해#센코지#언덕마을#여름여행#고양이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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